[학생, 기업을 컨설팅하다➊ O2M] 청년이 시장 파고들자 길이 열렸다

오투엠 담당자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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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전문가·CEO는 낯선 조합입니다. 시장이든 강단이든 현장이든 이들이 ‘한 방향’을 보고 함께 설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그들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가톨릭대 LINC+ 사업단이 기획한 ‘제3 섹터와 기업가정신’ 수업을 통해서입니다.

# 이 수업은 지난 2월 가톨릭대학교 LINC+ 사업단과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체결한 업무협약의 결과물입니다. 프로보노 활동으로 불리는 이 수업은 스타트업이나 사회적기업을 돕기 위해 가톨릭대 LINC+ 사업단이 기획했습니다. [※참고: 프로보노(Pro Bono)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을 말합니다.]

# ‘제3 섹터와 기업가 정신’ 클래스를 신청한 학생들은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원과 짝을 이뤄 ‘프로보로단’을 구성하고, 매칭된 기업의 문제를 함께 풀었습니다. 학생들이 사회문제를 넘어 기업이 안고 있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셈입니다. 학생들은 어떤 성과를 남겼을까요? 더스쿠프가 이 클래스의 과정과 성과를 취재했습니다.

냉정한 시장에 홀로 서 있다. 혼자 결정해야 하고, 혼자 컨설팅해야 한다. 전문가에게 물어보기엔 자금도, 시간도 부족해서다. 그래서 스타트업 CEO는 ‘외로운 존재’로 불린다. 2016년 마스크 제조업체 O2M을 창업한 서준걸 대표 역시 고군분투의 삶을 보내왔다. 사무실 벽지 하나까지 스스로 골라야 할 정도였으니, 지금까지의 상황을 알 법하다. 그런 그의 옆에 ‘학생들’이 지원군을 자처하고 나섰다.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숱한 우여곡절 끝에 신제품을 내놓으면 기존 브랜드와 맞붙어야 한다. 혹여 신제품이 잘 팔리더라도 ‘반짝 성공’에 그칠 우려가 크다. 어지간한 특허 제품이 아니라면 유사제품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내에서만 경쟁하는 것도 아니다. ‘온라인 시장’이란 정글에선 해외 브랜드와도 승부를 펼쳐야 한다.

그렇다고 그럴듯한 경영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제대로 된 설문조사나 소비자 조사를 한번 진행하는 데 수천만원이 들어서다. 스타트업 중 70%가량이 3~5년을 채 못 버티고 사라지는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톨릭대학교가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을 돕기 위해 흥미로운 도전에 나선 건 이 때문이다. 올 1학기 개설한 ‘제3 섹터와 기업가 정신’ 수업을 통해서다.[※참고: 프로보노 활동으로 불리는 이 수업은 가톨릭대 LINC+ 사업단이 기획했다. 가톨릭대학교 LINC+ 사업단은 지난 2월 포스코경영연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스타트업을 돕기 위한 프로보노 활동에 나섰다. 프로보노(Pro Bono)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을 말한다.]

컨설팅이 필요한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은 포스코경영연구원에서 모집했다. 마케팅·글로벌 진출·친환경·생산공정·유통채널 관리 등 5개 분야에 도움이 필요한 기업들이었다. 그다음 각 기업의 고민을 컨설팅할 수 있는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원을 선정하고, 학생들과 매칭해 클래스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기업 컨설팅에 필요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전문가인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원들이 ‘멘토링’을 하는 형식이었다. 그중 서정언·류성민·이진민 학생과 김호인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이 짝을 이룬 ‘코요테팀’은 마스크 제조업체 오투엠(O2 M)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멘토로 참여한 김호인 수석연구원은 15년 차 경영컨설턴트 전문가다. 그럼 O2M의 고민을 살펴보자.

■컨설팅의 기록·고민 = 언급했듯 O2M은 마스크 제조업체다. 하지만 여느 마스크업체와는 결이 다르다. 이 회사는 사회적기업이다. 2016년 서준걸 대표가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에게 마스크를 제공하기 위해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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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M의 주력제품은 산소발생 마스크다. 마스크에 부착한 ‘에코큐브(산소발생 장치)’가 숨을 쉴 때 나오는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한다.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이 우주인의 비상용 호흡장치를 만들 때 사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서준걸 대표는 꾸준한 연구·개발(R&D) 끝에 2017년 산소발생 마스크를 출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취득한 국내외 특허만 21개에 이른다. 이노디자인, 미스크(MYSC), 더웰스인베스트먼트, SK이노베이션(SV2 임팩트 파트너링) 등으로부터 투자도 받았다.




이렇게만 보면 O2M은 고민할 게 없는 기업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무엇보다 포지셔닝과 가격정책이 애매했다. 사회취약계층엔 마스크를 정상가보다 절반 가까이 싼 가격에 공급하고, 거기서 남은 물량을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다 보니 수익이 많지 않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재고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수익성 확보를 위한 마케팅 전략도 세우지 못했다. 브랜드 가치 제고, 국내외 판로 개척 등도 고민거리였다. 마스크업체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코로나19 국면이었지만 O2M의 상황은 그래서 녹록지 않았다.

서준걸 대표는 “판매하는 마스크보다 생산하는 마스크가 많았다”며 “판매 부진으로 하루 4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로 1만5000장 정도만 만들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그는 “판매량이 적어서 포장·배송·물류 등의 업무를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직접 했다”며 “생산·재고관리, 판로 확보 등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했다”고 말했다.

■컨설팅의 기록·학생의 제안 = 그렇다면 코요테팀은 O2M에 어떤 해결책을 제시했을까. 가장 먼저 제품가격에 이견異見을 냈다. O2M의 주력제품인 산소발생 마스크의 장당 가격은 3500원으로 시중에서 판매하는 일반 마스크(장당 1300원·2021년 3월 기준)보다 3배 가까이 비쌌다. 생산단가를 낮출 필요가 있었다.

둘째는 판매처의 다양화였다. 생활협동조합을 활용해 B2B(기업 대 기업 간 거래)를 활성화하자는 의견을제시한 코요테팀은 생협 거래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일일이 확인한 다음 O2M에 판매 전략으로 제시했다.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아이디어도 개진했다. 브랜드 가치를 높여 O2M을 널리 알리자는 전략이었다. 이를 위해 코요테팀은 O2M 마스크가 필요할 만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코요테팀의 멘토 역할을 맡은 김호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다양한 컨설팅 방안을 논의하던 중 인사이트 있는 의견을 전달할 방법으로 설문조사를 선택했다”며 “실행 가능성과 효율성을 감안한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코요테팀 서정언 학생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했고, 그중 설문조사가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마케팅의 방향성과 구체적인 내용, 주요 타깃군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시장조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코요테팀은 먼저 O2M의 산소발생 마스크가 필요한 소비자를 중심으로 체험단 100명을 선별했다. 체험단의 직업군은 회사원, 교사, 콜센터상담원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그다음 ▲착용감 ▲브랜드 인지도 ▲마스크 선택 시 고려사항 ▲선호하는 마스크 색상 ▲산소발생 마스크의 성능·적정한 가격 등 15개 설문항목을 꼼꼼하게 만들어 조사를 꾀했다. 일주일 체험기간을 마친 설문조사 대상자 중 총 88명이 응답했는데,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O2M의 산소발생 마스크가 정말 필요한 직업군은 교사다” “에코큐브의 디자인이 투박하다” “산소 발생 성능을 느낄 수 없다” “가격대가 부담스럽다” “마스크의 색상이 다양했으면 좋겠다” ….




■컨설팅의 기록·성과 = 그렇다면 코요테팀의 컨설팅은 O2M에 도움이 됐을까. O2M은 코요테팀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하나씩 현실화하고 있다.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산소발생 마스크의 단가를 2000원대로 낮출 계획을 세웠다. 생활협동조합과의 마케팅 협의도 진행 중이다. 설문조사 결과도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산소발생 마스크에 부착된 에코큐브의 디자인을 변경했고, 컬러 마스크 출시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코요테팀의 컨설팅이 O2M의 변화를 이끌어 낸 셈이다.

서준걸 대표는 “학생들은 마스크의 디자인과 기능까지 정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며 “컬러 마스크·아로마 향 마스크 등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제품을 개선한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의 라이브커머스 방송, 생활협동조합과의 협력 등도 학생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겁니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학생·연구원이 공유해준 아이디어를 잊지 않고 메모해 뒀는데 그것이 하나씩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서정언 학생은 “스타트업에는 작은 아이디어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며 “우리가 제시한 아이디어가 실제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면서 활짝 웃었다.


출처 : http://naver.me/54QaX23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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